기독신문칼럼

처남이 우유 배달을 후원하겠다고 해서 지체 않고 옥수동과 금호동 주민센터를 찾았다. 우유 배달을 어느 어르신들께 해드리면 좋을지는 우리보다 주민센터가 더 잘 알고 있으리라. 고독사도 방지하고 영양도 챙겨드릴 목적으로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우유를 배달해드리고 싶다고 하자 주민센터 직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교회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여러 가지 선행에 앞장섰는데 우유 배달까지 생각할 줄은 몰랐다며 기꺼이 홀몸노인과 우유 배달이 필요한 주민들의 연락처를 알려줬다.
다음으로 우유보급소를 찾았다. 보급소로서는 한꺼번에 우유 배달할 집이 늘어 반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우유 배달은 단순히 우유 배달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우유가 두 개 이상 쌓이면 반드시 옥수중앙교회나 주민센터로 연락해 주세요. 그리고 공짜로 잡수신다고 날짜 지나면 절대 안 됩니다.”
우유보급소 직원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다행히도 그 두 가지 약속은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유 개수만 체크하던 우유 배달원들이 나중에는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전날 우유가 그대로 있으면 스티커를 하나 붙이고 다음 날에도 변화가 없으면 다른 색깔의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이었다. 사흘째에도 변화가 없으면 어르신의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알고 교회나 주민센터로 연락했다.
그렇게 옥수동과 금호동 100가구 어르신들에게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하기 시작했다. 어르신 중에는 우유를 소화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어 두유나 유산균 음료를 배달해 드렸다.
우유를 받아든 어르신들은 하나 같이 의아해하다가도 “교회가 자식보다 낫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간혹 우유 배달을 마다하는 분들도 있었다. 종교가 달라서 받고 싶지 않다는 분도 있었고 무료로 우유를 받아먹을 정도로 가난하지 않다며 거절하는 분도 있었다. 그럴 때면 다른 분을 추천받아 우유를 배달해 드렸다.
하루는 길에서 한 어르신을 만났다. 나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시곤 “우유를 배달해줘 고맙기는 한데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교회에서 선물을 한 번 받은 적이 있는데 교회에 나오라고 하도 조르는 통에 여간 난처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우유 먹고 옥수중앙교회에 나오라는 말 아닌가 싶어 부담된다고 했다.
“예수님 믿는 건 좋은 일이지만, 꼭 교회 오시라고 우유 드리는 건 아니에요.” 교회가 전도를 하기 위해 이웃을 돕고 그러는 건 아니라고 간곡히 설명했더니 어르신은 다행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작은 임대아파트에 사시는 한 할머니는 나를 만날 때마다 “아침마다 문안인사를 받는 것 같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며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할머니는 하반신이 불편해 일상생활이 여간 힘들지 않았는데 아침마다 방에서 현관까지 우유를 가지러 갈 때면 5분가량을 배로 기어가야 했다. 그런데도 홀로 쓸쓸히 살아가는 할머니는 매일 아침 우유를 배달해 주는 것이 문안인사를 받는 것처럼 반가웠던 것이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4424&code=23111513&sid1=fai&sid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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