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칼럼

처음 우유 배달을 시작한 곳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과 금호동이었다. 이제는 서울시 16개 구에 사는 홀몸노인 2000가정으로 늘어났다. 우유 배달이 늘면서 꿈도 조금씩 커졌다. 서울시 25개 구 전체에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를 배달하고 싶다. 나중엔 서울뿐 아니라 전국으로 꿈이 커질 것이다.
언젠가 아버지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버지가 문득 한마디를 던지셨다.
“통일되면 북한 땅에도 우유 배달을 해 주거라.”
짧은 한마디가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아버지의 말씀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나와 피를 나눈 형님 누님께 우유를 전해줘라’는 명령처럼 느껴졌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통일이 되면 북한 땅에도 우유를 배달하고 싶다. 이름 모를 어르신들에게 우유를 배달하며 지금껏 못한 문안 인사를 하고 싶다.
또 하나 꿈이 있다. 주일학교를 살리는 것이다. 옥수중앙교회는 몇 년 전 예배당을 새로 건축하느냐, 교육관을 마련하느냐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교회 근방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새 예배당 건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요즘 추세에 맞게 예배당을 번듯하게 신축하고 주차장도 넓혀야 한다는 말은 일견 타당했다.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주일학교를 위한 교육관도 필요했다. 예배당 공간만으로는 늘어나는 주일학교 학생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여유가 있어 예배당과 교육관을 모두 지으면 좋겠지만, 교회 형편이 녹록지 않았다.
기도 끝에 예배당은 리모델링하기로 하고 교육관을 구입하기로 했다. 결론은 단순명료했다. 우리 세대보단 다음세대를 먼저 생각한 것이다. 얼마 전엔 예배당 꼭대기 층에 있는 청년부실을 스타벅스처럼 리모델링했다. 금호역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 가끔 가곤 하는데 그 공간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었다. 청년들에게 스타벅스는 단순히 만나서 교제하는 장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새로운 문화였다.
청년들에게 ‘의무감으로 오는 교회’가 아니라 ‘찾아오고픈 교회’로 만들고 싶었다. 스타벅스에서 쓰는 탁자와 의자를 구입하고 가구 배치 역시 카페처럼 꾸몄다. 결과는 기대한 대로였다. 청년들은 주일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교회에 찾아와 새로운 청년부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올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교회 내 여러 사역이 위축됐지만, 12주 과정의 교사대학을 진행했다. 교사 역량 강화가 주일학교 교육의 밑거름이자 시작점이란 생각이었다. 올해 옥수중앙교회는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50년을 맞아 교회는 이웃 섬김과 더불어 주일학교 강화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주일학교 교육이야말로 개인을 살리는 일이자 한국교회 미래를 책임지는 일이다. 이것이 옥수중앙교회의 꿈이자 나의 꿈이다.
주어진 환경이 누군가에겐 축복이기도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역경과 고난이 된다. 고민하고 선택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적 요인도, 내가 선택하기만 하면 그에 상응한 결과물을 얻을 것 같은 요인도 하나님께서 그분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 주신 도구다. 도구로서의 삶과 사역이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가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6656&code=23111513&sid1=fai&sid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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