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칼럼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가운데)가 2015년 4월 서울 배달의민족 사무실에서 이 회사 김봉진 대표(오른쪽), 펜타브리드 박태희 대표와 함께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후원협약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목회를 하다 보면 사업을 시작하는 성도들을 격려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개업예배를 자주 드리게 된다. 옥수중앙교회 성도 중에 유달리 개업예배를 여러 번 인도했던 청년이 있었다. 내가 결혼식 주례까지 섰던 청년이었다. 사업이 제대로 안 됐는지 사무실을 자주 이전했는데 그때마다 내게 예배 인도를 부탁했다. 개업예배를 자주 하다 보니 ‘이번에는 어떤 설교를 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다.
2012년 12월쯤. 그 청년의 사무실 확장 감사예배를 인도했는데 예배가 끝나자 그가 불쑥 말을 건넸다. “목사님, 앞으로 우유 배달 후원금은 제가 내겠습니다.”
당시 그의 회사는 그다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뜻은 고맙지만,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했는데도 그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목사님이 전에 설교하시면서 여러분 가운데 반드시 우유 배달을 책임질 사람이 나올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때 말씀이 꼭 제게 하시는 말씀 같았어요.”
그때부터 그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우유 배달 후원에 앞장섰다. 처음 1년간은 매달 300만원을 후원하다 1년 후부턴 500만원씩 보내오기 시작했다. 그의 후원 덕분에 우유 배달을 받는 어르신도 100명 넘게 늘어 200명의 어르신을 살필 수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김봉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배달의 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의 대표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는 가난한 이들의 아픔과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만큼 그들을 돕는 일에 마음을 쏟았다.
20년 전 그의 집에 처음 심방을 갔던 때가 눈에 선하다. 서울 중구 광희동에 다락방이 하나 딸린 작고 오래된 일본식 집이었다. 4형제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모님,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일곱 명이 한 집에서 다 잘 수 없어서 방에서는 할머니가, 네 아들은 다락방에서 새우잠을 잤다. 작은 식당을 하던 부모님의 잠자리는 식당에 딸린 쪽방이었다.
2016년엔 자동차 광고 촬영을 했다며 모델료 전액을 후원금으로 가져왔다. 매달 후원해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말렸지만, 그는 기어이 봉투를 내밀었다. 사업차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우유 배달 이야기를 했고 그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많은 사업가들이 우유 배달 후원자가 됐다. 지금 우유 배달을 후원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그를 통해 연결된 회사들이다.
그의 어머니는 새벽마다 교회에 나와 많은 눈물을 뿌린 권사님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따라 신앙생활을 착실히 해오던 그는 2017년 우리 교회 안수집사로 장립을 받으며 든든한 동역자로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그의 사무실에서 개업예배를 드릴 때 나는 종종 창세기 28장에 나오는 ‘야곱의 축복’을 주제로 설교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창 28:15)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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