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칼럼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오른쪽)가 2018년 11월 배달의민족 사무실에서 열린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후원의 밤’ 행사에서 임현숙 사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랑은 국경을 뛰어넘는다는 말처럼 구제도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옥수중앙교회가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다는 이야기에 바다 건너에서도 후원자들이 생겼다. 10여년 전 캐나다에서 국제우편을 한 통 받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심상철 강성옥 어르신이었다. 지금은 80대가 된 부부는 일찍이 캐나다로 이민 가 식품점을 하며 일가를 이뤘다. 신문에 난 우리 교회 이야기를 듣고 정성스럽게 쓴 손편지를 보내주셨다.
‘옥수동에 있는 작은 교회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매번 장학금을 준다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어요. 고국에 이런 교회가 있다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앞으로도 용기 잃지 말고 귀한 사역 감당해가세요.’
편지 봉투 안에는 100달러짜리 수표가 들어 있었다. 부부는 그 후로 매달 100달러씩 장학금을 보내오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시는 김종주 장로님 부부도 잊을 수 없다. 10여년 전 부부가 한국에 왔을 때 교회로 전화를 주셨다. 약속 장소에 나가 김 장로님 부부를 처음 뵀다. 장로님은 “요즘 세상에도 이런 교회가 있나 싶었다”며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러면서 봉투 하나를 내미셨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교회의 구제 사역에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에는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식사를 나누며 교회가 장학과 구제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고, 지금은 어떻게 이웃들을 돕고 있는지 두런두런 이야기했다. 부부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시곤 연신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식사를 마칠 때쯤 장로님은 후원을 좀 더 하고 싶다며 은행계좌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미 전해주신 후원금도 너무 큰 돈이어서 사양했지만, 장로님은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그날 오후 교회 통장엔 500만원이 추가로 입금됐다.
1년쯤 지났을까. 김 장로님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앞으로 매년 3000달러씩을 보낼 테니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유용하게 써 주세요.’ 매년 8월이면 김 장로님의 이름이 찍힌 3000달러가 통장 한 줄을 채운다. 고국을 생각하며 잊지 않고 마음을 써주시는 장로님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감사할 따름이다.
여러 후원자의 도움으로 교회는 매년 1억원 가량을 장학과 구제 사업에 사용할 수 있었다. 2015년에는 김봉진 집사를 비롯해 몇몇 후원자들과 함께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을 설립했다. 후원자들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 위해서도 그렇고 교회 재정과 분리해 더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도 사단법인 설립이 좋겠다 싶었다.
사무실을 여는 날 벽 한쪽에 서울시 지도 한 장을 붙였다. 지도 위에 우유 배달 개수를 구별로 기록했다. 우유 개수와 지역은 계속 늘어나 지난해 12월부터는 서울 시내 16개구 2000가구 홀몸노인들에게 매일 아침 우유가 배달된다. 서울 시내를 넘어 전국에 계신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매일 아침 우유로 안부를 전하는 날은 언제쯤 올까.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6016&code=23111513&sid1=fai&sid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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