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칼럼

옥수중앙교회 목양실 가구들은 뭔가 어색하다. 탁자만 봐도 약간 아귀가 안 맞고 높이도 그렇다. 제 짝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인 중에 사무실 가구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사님이 있는데 그분을 통해 얻어 온 가구들이다. 집사님은 “버리는 가구가 있으면 가져다 달라”는 내 말을 처음에는 무슨 말이냐며 목사님 방에는 새 가구를 놔야 하는 거 아니냐며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내가 “돈 아끼고 좋은 일이다. 중고도 괜찮으니 가져다 달라”고 거듭 당부하자 부탁을 들어주셨다. 가구들은 높이도 너비도 다르고 색깔도 각양각색이지만 업무를 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는 명품들이었다. 재정을 아꼈으니 그것으로 감사할 뿐이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크지도 않은 규모의 교회가 매년 1억원 가량의 돈을 구제와 장학 사업에 쓰는 모습을 보고 ‘헌금이 많이 들어오겠지’하는 것이다. 우리 교회 사정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내가 부임할 때 교회엔 한 달에 100만원도 못 버는 이들이 많았고, 대부분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구제와 장학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면 방법은 한 가지, 재정을 아끼는 수밖에 없었다.
교회 사무원과 관리집사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부터 예배 후에 예배당을 정리하고 화장실의 미끈미끈한 물때를 청소하고 정수기 물을 갈았다. 담임목사가 팔을 걷어붙이자 다른 교역자들도 손을 보탰다. 예배당 전등 관리부터, 손님 접대, 난방 관리 등 모두 1인 2역을 감당하고 있다.
교역자들과 함께하는 점심 역시 7000원을 넘지 말자고 원칙을 세웠다. 가끔 교역자들에게 비싸고 좋은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교역자들이 먼저 재정을 아끼는 모습을 보일 때 교회의 다른 재정도 아낄 수 있겠다 싶었다.
장로님들 역시 교회 재정을 아끼는 일에 마음을 같이 한다. 다른 교회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 당회가 사용할 수 있는 재정을 책정하는데 나와 장로님들은 그 재정까지도 가능한 한 아끼려 한다. 심방을 갈 때면 당회 재정을 사용하는 대신 장로님들이 번갈아 가며 끼니를 챙겨 주신다.
부지런히 노력한 결과 교회는 1년에 5000만원 가량을 아낄 수 있었다. 조금 불편하고 소박한 길을 택했더니 결과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게 아낀 돈을 고스란히 가난한 이웃들을 섬기는 데 사용했다.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에서도 절약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사단법인을 만들면서 사무실을 우리 교회 안에 두고 사무실 관리도 최근까지 나와 교역자들이 함께 맡았다. 자연스레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은 행정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전체 후원금 중 행정비로 들어가는 비율이 5퍼센트 이하다. 앞으로도 가능한 절약 원칙을 지켜 가려 한다. 조금만 더 수고하면 어르신 한 분께 우유 한 개를 더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6210&code=23111513&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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