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칼럼

구제의 핵심은, 뭔가에 대한 바람이 그 본질을 가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웃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이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명령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시고 우리에게 복 주시기를 원하시는 분이다. 때문에 우리가 누군가를 구제할 때 그것을 기억하시고 갚아주신다.
하나님은 “너는 네 떡을 물 위에 던져라 여러 날 후에 도로 찾으리라”고 하셨다. 교인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헌금과 후원자들이 보내준 후원금을 모아 물 위에 떡을 던졌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하나님께서는 여러 날 후에 우리에게 떡을 돌려주셨다.
2001년 내 손에 들어온 2000만원을 교회 앞에 흘려보냈다. 고 한승호 권사님이 교회 정착금으로 쓰라며 주신 돈이었다. 그러자 교인들이 마음을 보탰고 그렇게 그해 장학금과 구제 사역으로 1억원을 흘려보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후 4년 만에 교회가 은행 빚 10억원을 갚았다는 것이다. 가난한 달동네 교회였지만, 우리가 떡을 흘려보냈을 때 하나님께서는 더 큰 것으로 갚아 주셨다.
2001년 이후 교회는 20억원 이상을 가난한 이웃에게 흘려보냈다. 권사님이 주신 2000만원이 20억원의 종자돈이 된 것이다. 내가 2000만원을 장학금으로 사용한다고 했을 때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던 한 권사님은 3년 전 96세 나이로 소천하셨다.
“권사님께서 얼마나 귀한 일을 하셨는지 몰라요. 권사님 감사해요.”
세상을 떠나시기 전, 권사님의 손을 잡고 조용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장례식을 마치고 권사님의 아들은 권사님 이름으로 장학금 5000만원을 다시 기탁하며 “어머니의 정성이 100배의 열매를 맺게 돼 감사하다”고 했다.
하나님은 교인들도 보내주셨다. 내가 부임하기 전 교회는 내부 갈등으로 몇 차례 큰 어려움이 있었고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기도 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떠난 교인들 가운데는 수십 명씩 모여 작은 교회를 세운 이들도 있었다.
교회를 떠난 이들에게 모(母)교회의 새로운 담임목사 소식은 제법 신선한 충격이었던 모양이었다. 갓 부임한 젊은 목사가 선뜻 장학헌금을 내놓고 이를 계기로 교인들이 힘을 보탰다는 이야기는 모교회를 향한 그리움이 됐다. 그렇게 모교회의 달라진 모습에 교회를 떠났던 이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떠났던 때와 마찬가지로 수십 명씩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돌아온 이들 역시 이웃을 위해 주머니를 열었다.
주변 환경도 많이 좋아졌다. 교회가 위치한 금호동4가 1528번지는 재개발이 안 된 곳 중 하나다. 도로 환경이나 치안이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구청에서 가로등과 방범카메라를 달아주는 등 앞장 서 환경을 개선해주고 있다.
몇 년 전엔 교인과 주민들이 힘을 합쳐 교회 옆에 있는 쌈지공원을 새롭게 단장했다.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들이 피는 공원은 옥수동과 금호동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사랑방이자 주일이면 교인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쓰레기가 가득하던 이름뿐이던 공원이 하루아침에 소담한 공원으로 바뀔 줄은 아무도 몰랐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6408&code=23111513&sid1=fai&sid2=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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