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신문칼럼
호용한 옥수중앙교회 목사(뒷줄 오른쪽 두 번째)가 2018년 3월 교인들과 함께 김제 금산교회로 성지순례를 가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옥수중앙교회가 구제 사역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교인들의 헌신 덕분이다. 자신이 가난했기에 가난한 이들의 사연에 더 가슴 아파했고 하나님은 그 마음으로 오병이어의 기적을 만드셨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교회에 큰 기도제목이 생겼다. 한 신혼부부가 아기를 낳았는데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 선천성 담도폐쇄로 인한 간경화였다. 간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는데 다행히 아버지 간을 이식해 줄 수 있었다. 문제는 2500만원이나 되는 수술비였다. 신혼부부는 갓 서울로 올라와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쁜 형편이었다. 수술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가 아기를 살립시다. 우리가 주머니를 열면 살릴 수 있습니다.”
예배 시간에 아기 소식을 알리고 간곡히 광고를 했다. 당시 교회 교인은 350명가량, 대부분이 가난한 형편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기적같이 수술비의 절반인 1250만원이 모였다. 기적은 또 다른 기적으로 이어졌다. 주민센터에서 나머지 절반을 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주민센터는 우리 교인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1250만원을 헌금했다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아기는 그 돈으로 무사히 간 이식 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다. 지금은 우리교회의 어엿한 고등부 성도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기도제목이 생겼다. 추석 전날 한 집사님의 옥탑방 집에 불이 났다. 내가 처음 심방을 가서 눈물을 쏟았던 그 집이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세간을 모두 태워 꼼짝없이 거리에 나앉을 상황이었다.
주일예배 때 화재 소식을 전하고 또 한 번 간곡히 도움을 요청했다. 교인들은 다시 주머니를 열었고 그 결과 850만원이 모였다. 집사님 가족은 그 돈으로 옥탑방보다 더 나은 집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교인들은 헌금 외에도 그릇이며 이불, 온갖 세간살이를 집사님 댁에 갖다 줬다. 더 감사한 것은 신앙이 없었던 집사님의 남편도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교회가 꾸준히 이웃을 도울 수 있었던 데는 장로님들의 역할도 컸다. 장로님들은 구제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내가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나와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이 없다. 나이도 어리고 부족한 것도 많은 목회자를 한결같이 이해해주고 지지해 주셨다.
개인택시를 하시던 한 장로님은 10여년 동안 교회에 오실 때마다 껌을 한두 통씩 사서 내게 주곤 하셨다. “좋은 건 못 드리고, 껌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사온다”는 말이 그렇게 정겨울 수 없었다. 장로님의 아내 되는 권사님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방배동으로 가사도우미 일을 다니셨는데 명절 때면 막냇동생뻘 되는 목사에게 꼭 선물을 챙겨주셨다.
교회에 올 때마다 가게에 들러 껌을 골랐을 장로님, 애써 번 돈으로 선물을 마련했을 권사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 그 사랑들이 달동네 목회의 원동력이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4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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